금요일, 6월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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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브랜드는 왜 호텔을 만들까?

과거에는 브랜드가 로고나 제품만으로도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브랜드는 단지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경험을 제안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패션 브랜드는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핵심 가치로 담고 있기에, 고객과의 접점을 입는 것에서 머무는 것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전략이 바로 ‘호텔’입니다.

호텔은 고객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하루 24시간, 고객이 ‘브랜드 안에서 살아보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전시나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미감을 오감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무대가 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전 세계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이 호텔을 중심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르마니 호텔  “패션이 곧 건축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입니다. 아르마니는 두바이 버즈 칼리파와 이탈리아 밀라노에 ‘아르마니 호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닙니다. 건축부터 인테리어, 가구, 소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아르마니 디자인으로 채워졌습니다. 아르마니는 “패션이 곧 건축이며, 호텔이 곧 라이프스타일이다”라는 철학을 내세웁니다. 두바이 현지의 부동산 개발사 에마르(Emaar)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브랜드는 고급 부동산 산업과 유기적으로 결합하게 되었고요. 단순히 옷을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닌, 공간까지 제안하는 브랜드로 확장된 모습입니다.

불가리 호텔, 럭셔리 주얼리의 생활화

불가리는 호텔 사업을 통해 ‘럭셔리 리빙’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도쿄, 런던, 밀라노, 파리 등 주요 도시에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숙박뿐 아니라 고급 스파, 파인 다이닝, 독립 레스토랑 브랜드까지 함께 구성해 불가리만의 삶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그야말로 주얼리 하우스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베르사체 호텔, 브랜드 세계관을 그대로 옮겼다

호주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Palazzo Versace’는 베르사체가 구현한 브랜드 호텔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닥의 대리석부터 침구, 식기, 커튼에 이르기까지 호텔 곳곳에는 베르사체 특유의 강렬한 미학이 살아 있습니다. 심지어 향기와 조명, 음악까지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춰 통일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고객은 단순히 베르사체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메종 키츠네와 에이스 호텔, 감성을 담은 커뮤니티형 공간

조금 더 자유로운 접근도 있습니다. 메종 키츠네는 아직 공식 호텔을 열진 않았지만, 브랜드의 감성을 담은 카페와 숙박 복합 공간을 세계 각지에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에이스 호텔은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도시별 감성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징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고요. 이런 공간들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공간에서 브랜드를 만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함께하는 감성’이 강조된 방향입니다.

브랜드가 호텔을 택한 이유

브랜드가 호텔을 통해 얻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 만족만이 아닙니다. 숙박, F&B(식음료), 굿즈, 부동산 자산화 등으로 이어지는 수익 모델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VIP 고객을 중심으로 한 프라이빗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고, 브랜드의 철학을 하나의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는 무대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고객과 브랜드 사이에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장기적 접점을 만들어줍니다. 단기 캠페인이나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속성과 몰입도를 가집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형태의 패션호텔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요가웨어 브랜드가 웰니스 스파 호텔을 만들거나, 디지털 중심의 패션 브랜드가 메타버스 룸을 기획하는 방식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숙박과 동시에 한정판 기프트를 제공하는 ‘굿즈룸’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모델입니다. 패션은 이제, ‘입는 것’을 넘어서 ‘사는 것’ 전체를 디자인하려 하고 있습니다.

호텔은 가장 완벽한 브랜딩 플랫폼

패션 브랜드에게 호텔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닙니다. 공간 하나하나에 브랜드의 결을 새기고, 그것을 통해 고객에게 철학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고급스럽고도 무심한 듯한 절제, 디테일한 통일감, 그리고 감각적 설계는 모두 브랜드가 공간 안에 남기는 언어입니다. 이런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닙니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공간’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설계해나갈 것입니다.

글 : 백은숙 어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정리 : 안익주 기자

사진 : 아르마니, 베르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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